갯벌이 죽어간다: 생명의 자궁에서 자궁의 무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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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죽어간다: 생명의 자궁에서 자궁의 무덤으로



관매도 모래밭의 달랑게.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 앞바다는 현재 죽음의 바다 그 자체다. 아름답던 만리포와 학암포 해수욕장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사막과 습지가 공존한 천연기념물 신두리 사구 앞 갯벌에도 시커먼 기름띠가 뒤덮어 갯벌 생태계를 완전 초토화시키고 있다. 사실 갯벌이 형성되기까지는 수천년의 세월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망가뜨리는데는 수년도 걸리지 않는다. 아니 태안 앞바다의 사례에서 보듯 며칠이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한번 망가진 갯벌은 그것을 되살려내는 데도 엄청난 세월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순천만 갯벌의 철새.


그 동안 우리 땅에서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간척사업으로 무수한 갯벌이 사라졌고, 지금도 우리 땅에는 그것을 망가뜨리려는 이기적인 삽질과 인위적인 오염과 파괴로 생명의 자궁을 자궁의 무덤으로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갯벌을 땅으로 만든다고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거란 생각은 커다란 오산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갯벌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경제성을 지닌 자연 유산에 다름 아니다. 갯벌이 지닌 관광자원으로서의 심미적 가치와 생태계에서의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간척지로서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이다.



여자만의 뻘배잡이.


갯벌은 생명밭이며, 자연의 콩팥이다


갯벌이란 살아있는 작은 것들의 축복 받은 생명밭이다. 기고, 튀어나오고, 숨고, 먹고 먹히는, 삶의 전쟁과 삶의 휴식을 동시에 치러내는 날것들의 터전이다. 바다에게는 갯벌이 콩팥과 같아서,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갯벌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갈대와 퉁퉁마디, 칠면초를 비롯한 염생식물과 갯벌에 사는 생물군이 거대한 자연의 정화조 노릇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의 갯벌이 웬만한 하수처리장 1개와 맞먹는 정화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갯벌은 물의 흐름을 억제해 자연적으로 홍수를 조절하며, 태풍으로 인한 풍랑을 완화시키는 노릇도 겸한다. 또한 갯벌은 생태계의 자궁으로도 통한다. 뭍과 바다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탓에 갯벌은 양쪽의 생태계를 조절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갯벌 퇴적물의 풍부한 영양분은 갯벌을 서식처로 삼는 생물들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철새들에게는 급식창고 노릇을 함으로써 중간기착지 기능을 담당하고, 물고기에게는 안전지대 노릇을 함으로써 산란터와 은신처 기능을 담당한다.


임자도 모래뻘 갯것들이 그려낸 무래무늬.


인하대 해양학과 최중기 교수에 따르면 갯벌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그 생태적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지구의 모든 강과 호수가 지닌 생태적 가치와 갯벌은 맞먹는다고 한다. 하여 어떤 이는 갯벌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이나 대단한 생태계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국토의 3%를 차지하고 있으며, 80퍼센트 이상이 서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영국의 생태학자 닐 무어스(Nial Moores)는 한국 갯벌의 생물 다양성이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규모나 생태계 가치가 큰 갯벌로는 강화갯벌, 군산과 부안 사이에 있는 이른바 새만금 갯벌, 부안과 고창 사이에 있는 줄포만, 순천과 벌교 사이에 있는 순천만 등을 꼽는다. 특히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펼쳐진 갯벌은 우리 땅에서도 가장 넓은 갯벌로 손꼽힌다. 현재 마무리 공사에 들어간 새만금 간척공사가 바로 이 최대 갯벌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보성 앞바다 갯벌의 일몰 풍경.


갯벌은 생명밭이다. 갯벌에는 실로 무수한 생명들이 목숨줄을 붙이고 산다. 대표적인 갯것 생명체는 단연 게와 조개다. 게가 뻘갯벌의 대표적인 생명체라면, 조개는 모래갯벌의 대표종이다. 게는 뻘흙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칠게와 농게, 콩게, 밤게, 참방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갯벌에서 흔히 만나는 칠게는 뻘밭의 터줏대감으로서 질척한 개흙에 얕은 굴을 파고 생활한다. 갯벌의 청소부 갯지렁이도 뻘갯벌의 또다른 대표종이다. 이들은 갯벌 속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면서 뻘흙을 숨쉬게 하고, 유기물을 걸러내며 갯벌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담당한다. 길쭉하게 생긴 개맛은 갯벌 깊숙한 곳까지 구멍을 내어 살며, 껍질에 세 개의 구멍이 있어 이를 통해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먹는다.



갯벌은 뭍과 바다의 생태고리 역할을 하는 자연의 콩팥이다.


갯벌은 뭍과 바다의 생태고리 역할을 한다


모래갯벌의 대표종인 조개류에는 동죽과 바지락 등이 있으며 고둥과 우렁도 모래밭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굴이나 따개비, 홍합처럼 암초나 바위에 붙어사는 부착생물도 갯벌생물에 속하며, 새우나 해삼, 불가사리처럼 이동을 하는 생물도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산호나 말미잘, 히드라 등과 해파리도 빼놓을 수 없는 갯벌생물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거느린 녀석들은 갯지렁이류(참갯지렁이, 집갯지렁이, 바위털갯지렁이 등)와 조개류(바지락, 백합, 동죽, 꼬막 등), 고둥류, 갑각류(게, 새우, 쏙, 따개비 등) 등으로 90퍼센트 이상이 녀석들이다. 한편 갯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자리한 새들도 갯벌이 먹여 살린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수십여 종의 도요새와 물떼새를 비롯해 여러 종의 오리류에게 갯벌은 넉넉하고 풍족한 먹이 공급처 노릇을 하는 것이다. 


갯벌에 드리운 저녁 햇살.


갯벌을 풍요롭게 하는 또다른 생물은 갯벌식물이다. 염생식물로 불리는 이들 식물은 칠면초를 비롯해 퉁퉁마디, 갈대, 천일사초, 갯개미취, 갯는쟁이, 부들 등 약 40여 종에 이른다. 갯벌식물의 대표종 칠면초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오랜 동안의 침수와 건조 상태에서도 잘 자라 그 서식반경이 서남해에 두루 걸쳐 있다. 혹여 영종도 갯벌이나 강화갯벌, 순천만 등에서 불그스레한 빛깔로 아름답게 빛나는 식물군락을 보았을 터인데, 그게 바로 칠면초 군락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의 갯벌에서는 주로 갈대가 우점종을 차지하며, 이 드넓은 갈대밭은 새들과 갯벌동물의 은신처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모래갯벌에서는 주로 통보리사초, 갯메꽃, 갯질경이 등의 염생식물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바닷물속에서는 파래, 말과 같은 녹조류와 김과 같은 홍조류를 볼 수 있으며,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식물 플랑크톤도 갯벌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체들이다.



이토록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보고이자 뭍과 바다의 생태고리 노릇은 물론 거대한 자연 정화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제껏 갯벌은 간척과 개발의 대상으로서 수난을 면치 못해 왔다. 갯벌을 메워 토지를 만들어 내려는 새만금 사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갯벌의 수난은 이미 일제시대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일제는 식량 생산을 위해 우리나라의 무수한 갯벌을 매립(경제개발시대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갯벌이 그 당시에 매립되었다)하는 몹쓸짓을 자행하였다. 그리고 이제 또 우리의 갯벌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시화지구 조성, 영종도 신공항 건설, 그리고 툭하면 터지는 해양오염사고 등으로 엄청난 수난시대로 접어들었다.


<주요 갯벌 정보>


강화도 강화갯벌, 영종도 갯벌, 대부도 갯벌, 인천 송도갯벌, 서천 마량 갯벌, 안면도 갯벌, 천수만 갯벌, 금강하구 갯벌, 부안 새만금 갯벌, 고창 줄포만 갯벌, 목포 압해도 갯벌, 신안 비금도 갯벌, 순천만 갯벌, 경남 남해 갯벌, 태안 신두리 사구 갯벌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강화갯벌과 고창 줄포만 갯벌, 부안 새만금 갯벌, 순천만 갯벌은 환경적인 가치와 수산자원으로서의 가치, 관광자원으로의 가치가 모두 뛰어난 갯벌로 통한다. 강화 갯벌에 가려면 48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강화읍에서 해안도로인 348번 도로를 타고 동막 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부안 새만금에 가려면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부안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해안으로 달리다보면 만날 수 있다. 줄포만은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오면 금방이다. 순천만은 호남고속도로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순천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벌교 쪽에서는 대포리와 장암리가 볼만하며, 순천 쪽에서는 대대포와 와온포구가 볼만하다. 문의: 강화군청 032-934-2183~9, 부안군청 063-580-4345,  고창군청 063-560-2225, 순천시청 061-749-3328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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