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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06 그림자 고양이 19
그림자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 그림자를 끌고 개울로 걸어간다.
고양이 한 마리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고양이 한 마리 그림자를 끌고 겨울을 건너간다.
고양이 한 마리 그림자를 끌고 황혼을 지나간다.
고양이 한 마리 그림자를 본다.
언제나 졸졸 자신을 따라다니는 또 한 마리의 고양이.
어느 순간 가뭇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 뒤를 쫓아다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매일 죽었다가도 매일 살아나는 불멸의 고양이 한 마리.
낮에는 작은 고양이였다가
저녁이 되면 거대한 고양이로 둔갑하고 마는 이상한 고양이.
함께 숨쉬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해주는,
그러나 만질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그림자 고양이.
그림자 한 마리가 고양이를 본다.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 보자고.
세상의 모든 실체는 허상을 쫓고 있다고.
그건 어리석은 게 아니라고.
그림자 한 마리가 고양이를 끌고 간다.
묘생의 끝은 실체가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우린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거라고.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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