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도: 바다의 열대우림, 잘피밭을 아십니까
뭍에서 꽤나 가깝고, 큰 섬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섬. 오랜 옛날부터 왜구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다는, 그래서 평화로운 섬이라는 뜻에서 평일도라고 불렸던 금일도 가는 뱃길은 이름만큼이나 평화롭고 잔잔한 바닷길이다. 금일도가 가까워지자 바다는 온통 다시마 양식장에 띄우는 부표로 가득하다. 때마침 바다에서는 다시마 채취도 한창이어서 어부의 손이 바닷속에서 다시마를 끌어올릴 때마다 다시마와 함께 걸려 올라오는 금빛 햇살이 눈부시다. 금일도 인근의 바다는 온통 다시마밭이나 다름없는데, 금일도 다시마는 우리나라 전체 다시마 생산량의 약 80퍼센트나 차지할 정도다.
용항리 넘어가는 산중도로에서 바라본 금일도와 바다 풍경.
금일도에서는 보통 5~7월에 다시마를 채취한다. 채취해온 다시마는 볕이 좋은 날에는 3~4시간이면 다 마른다. 너무 마르면 부서지기 때문에 다시마는 바싹 마르기 전에 거두어 손질한 뒤 보통 아침에 수협으로 넘긴다. 반도와 곶이 연이어 들쭉날쭉한 모양을 이루고 있는 금일도는 하늘에서 보면 마치 다족류 벌레 모양을 하고 있다. 섬 한가운데는 망산(235m)이 솟아 있고, 망산에서 뻗어내린 산자락은 섬 전체를 평지보다는 산지형을 이루게 했다. 당연히 이런 지형으로 인해 금일도 사람들은 논밭보다는 바다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월송리 앞바다 잘피밭에서 한창 청각을 채취하고 있다.
현재 금일도 앞바다에 다시마 양식장을 비롯해 미역과 톳 양식장이 저렇게 많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금일도에는 여객선과 철부선이 오가는 항구가 세 군데나 된다. 완도(완도항)에서 오는 배는 화전항, 강진(마량항)에서 오는 배는 도장항, 고흥(녹동항)에서 오는 배는 동송항에 각각 뱃머리를 댄다. 이맘때쯤 금일도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진풍경은 월송리 바닷가 잘피밭에서 볼 수 있는 청각을 채취하는 풍경이다. 월송리 앞바다는 바로 이 청각이 넘쳐나는 청각밭이어서 물이 빠질 때쯤 월송리 바다는 수십여 명의 사람들로 붐빈다.
마치 갈대처럼 드러누운 이것이 건강한 해양생태계의 상징, 잘피다. 잘피밭은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물고기와 조개류의 은신처가 되고, 썰물 때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 광합성작용을 한다.
사실 월송리 바다는 금일도에서 잘피밭으로 유명하다. ‘진저리’라고도 불리는 잘피는 벼나 피처럼 생겼으며, 바닷속의 다른 해조류나 해초와는 달리 바닷속 펄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얻고, 잎으로 광합성을 하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식물이다. 보통 잘피밭은 밀물이 들면 바다에 잠겨 있고, 썰물 때면 드러난다. 잘피밭은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만한 건강한 해양 생태계의 상징이다. 잘피밭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만큼 건강한 바다라는 증거인 셈이다.
잘피밭이 있는 월송리 바닷가의 해송숲.
펄 속에 뿌리를 내린 잘피는 바닷속 펄이나 모래의 침식과 씻겨나감을 막고, 강이나 뭍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정화해 바다의 부영양화와 적조현상을 막아준다. 뿐만 아니라 잘피밭은 수많은 어류나 바다생물의 은신처이자 서식처는 물론 산란터와 먹이터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한마디로 바다의 생명밭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잘피밭이 있는 곳은 없는 곳에 비해 어류의 수가 수십 배 이상 많다고 한다. 월송리의 넘쳐나는 청각도 사실 잘피밭이 보살핀 덕택이다. 양식장도 아닌데 청각은 씨를 뿌린 듯 월송리 앞바다를 뒤덮고 있다. 청각 채취는 물이 나면서부터 물이 들 때까지 하는데, 사람들은 갈퀴처럼 생긴 갈고리를 이용해 바닥을 훑으며 청각을 채취한다.
금일 해수욕장의 달랑게와 게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모래경단.
금일도 대부분의 마을이 다시마를 채취하고 다시마를 말리고 있을 때 월송리에서는 청각을 채취하고, 청각을 말린다. 바다에 밀물이 들기 시작하면 그 많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바다를 빠져나와 망사리 가득 청각을 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월송리를 지나 만나는 사동리는 금일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동백리에서부터 사동리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명사수십리 금일 해수욕장은 그 길이뿐만 아니라 경사가 거의 없는 백사장 폭이 200여 미터에 이르며, 수심이 깊지 않은데다 아직은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아 은밀한 명소라 할만하다. 바다가 넓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윈드서핑을 즐기는 몇몇 매니아들에게는 이 곳이 서핑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방풍림을 따라 곳곳에 해당화 군락지가 펼쳐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용항리 가는 산중도로 가에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
사람들이 없을 때 백사장은 달랑게의 천국이다. 녀석들은 천적이 없는 이 곳의 평화를 맘껏 누리고 즐긴다. 백사장에 수도 없이 패인 구멍들이 다 녀석들의 집이며, 무수히 흩어져 있는 콩알만한 모래경단과 구멍 앞의 모래더미들도 모두 녀석들의 소행이다. 금일도의 아름다움은 망산에 올라가 보면 한눈에 다 볼수 있지만, 월송리에서 용항리로 넘어가는 산중도로에서 만나는 풍경만으로도 금일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에서는 송도 쪽으로 펼쳐진 동송리 풍경은 물론 우도와 소랑도 쪽으로 펼쳐진 금일 해수욕장 풍경도 한눈에 조망할 수가 있다. 동송항이 있는 동송리로 내려가 해안을 따라가면 한적한 비포장길이 신평리 당집 인근까지 펼쳐져 있다. 이 길은 한두 시간이 지나도록 차 한 대 다니지 않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길이다.
<여행정보>
호남고속도로 광산 인터체인지나 서해안고속도로 목포에서 해남까지 와서 해남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완도항까지 간다. 완도항(2시간) 또는 강진의 마량항(1시간 10분, 1일 9회)에서 금일도 가는 여객선이 있다. 완도항여객터미널: 061-552-0116, 마량항여객터미널: 433-6485, 금일도 도장 매표소 552-8338, 해산물 구입: 금일수협수산 061-553-2010 문의: 금일농협 553-3389.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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