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에 나온 관매도의 비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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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에 나온 관매도: 새들도 쉬어가는

 

 

어제 방송한 <1박2일>에서는 관매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소개되었다.

다도해국립공원 속의 아름다운 섬.

관매도에는 어떤 비경들이 숨어 있을까?

그 풍경 속으로 떠나본다.

 

관매도 가는 길에 만난 멋진 구름. 5년간의 섬여행기를 다룬 <물고기 여인숙>의 표지사진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하루 두 번 관매도와 읍구 포구를 오가는 연락선은 배가 작고 늘 손님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하조도와 관매도를 잇는 가장 가까운 뱃길에다 배삯이 저렴하고, 기묘하게 생긴 방아섬 남근바위를 내내 구경하며 갈 수 있어 아는 사람들은 부러 이 배를 타곤 한다. 연락선에는 집배원과 나 단 두 명이 탔다. 단 두 명을 태운 연락선이 아쉬운 듯 포구를 떠나 통통통 가는가 싶더니 이내 뱃머리를 다시 돌린다. 뒤늦게 포구에 도착한 예닐곱 명의 손님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배에서는 뱃머리를 돌리거나 10분쯤 늦게 떠난다고 아무도 탓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10분쯤 늦게 관매도에 도착해도 상관이 없다.

 

조도에서 관매도 가는 뱃길에서 만날 수 있는 방아섬 남근바위.

 

가는 뱃길에 방아섬 남근바위는 해무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 채 파도에 출렁거렸다. 옛날 이곳을 지나는 여인들은 그 모습이 하도 망측해서 남 몰래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런 전설이 서려 있다. 옛날 하조도 신전리 처녀들은 관매도 총각과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까닭인즉슨 신전리에서 보면 남근바위가 마치 입 벌린 호랑이 모양을 띠고 있어 양기가 음기를 짓누르는 형국이므로 결혼할 경우 필경은 불화가 생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조도 읍구에서 30여 분의 뱃길을 달려 도착한 관매도(觀梅島). 매화를 보다라는 뜻. 그러나 섬에는 매화가 드물다. 과거 이곳은 ‘볼매’(먹이를 입에 문 새가 쉬어간다는 뜻)라 불렸는데, 일제 때 이를 ‘관매’라 고쳐불렀다. 인근의 거차도가 ‘거쳐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조도를 날아오른 새가 거차도를 거쳐 관매도에서 쉬는 격이다. 포구에서 관매마을로 가는 해변은 잘 알려진 관매도 해수욕장이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관매도 마을과 바다 풍경.

 

여름에는 이곳이 사람들로 붐비지만, 사실 여기는 사시사철 달랑게가 점령한 달랑게밭이다. 모래밭에 작고 동그란 모래경단이 바로 녀석들이 유기물을 먹고 걸러낸 모래 알갱이들이다. 달랑게는 아주 예민한 편이어서 사람이 50미터 정도만 다가가도 금세 깊은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곤 한다. 해서 웬만해서는 녀석들을 가까이에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녀석들의 단순함을 이용하면 바로 옆에서 녀석들의 움직임을 구경할 수가 있다. 일단 녀석들의 구멍 근처까지 다가가 몸을 낮추고 한참 앉아 있으면 잠시 후 녀석들이 동정을 살피러 나온다. 꼼짝하지만 않는다면 바로 앞에 있어도 녀석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리가 저리다고 살짝 움직였다가는 마치 공습경보라도 울린 듯 게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만다. 여기에 이렇게 많은 달랑게가 있지만, 사실 달랑게는 이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종이다. 달랑게가 사라진 배경에는 개발에 따른 해안도로 건설과 방파제 공사, 해안 모래밭의 오염과 훼손, 여름 번식기에 몰려드는 해수욕장의 인파가 절대적인 원인이다.

 

달랑게가 점령한 관매도해수욕장의 어느 오후.

 

그나마 관매도 해수욕장에 이토록 많은 달랑게가 서식한다는 것은 아직 이곳이 녀석들에게 살만한 곳이기 때문이지만, 달랑게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해마다 관매도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매도 해수욕장은 관매8경(관매해수욕장, 방아섬,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 폭포, 다리여, 하늘담) 중 제1경이다. 흔히 옛 사람들은 그 고장의 대표적인 자연 경관을 꼽을 때, ‘8경’이란 말을 즐겨 썼다. 과거 조선에 팔도가 있었고, 사람의 평생 운수를 팔자라 하였으며, 우주의 괘를 팔괘, 고려 법문을 적은 경을 팔만대장경, 수행승의 참된 덕목도 팔정도로 정하는가 하면, 재주 높은 이를 일러 팔방미인이라 했으니, 8이라는 숫자는 단지 ‘여덟 개’를 이르는 말이라기보다는 ‘전체’ 또는 어떤 것의 ‘으뜸’, ‘정수’를 일컫는 말이었다.

 

관호마을을 넘어가 만난 풍경. 멀리 형제섬을 배경으로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

 

요컨대 문제는 요즘 들어 그런 8경이 너무 흔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8경이 있어, 8경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 급조된 8경을 믿지 않는다. 풍경의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마땅히 다르게 느끼는 게 옳다. 그러나 관매도에서 내가 만난 선주들은 하나같이 해안의 관매8경을 다 보았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아직 못보았다고 하자 그들은 똑같이 그럼 관매도에 왜 왔느냐는 태도였다. 그들은 관매도를 알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나가 섬을 한 바퀴 돌며 관매8경을 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5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상술이 되어버린 8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관매도를 보러 온 것이지 관매8경을 보러 온 것이 아니며, 관매8경이 관매도의 ‘진짜’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재미있는 전설이 깃든 관매도 돌묘와 꽁돌.

 

다만 나는 관호마을을 넘어가 만나는 ‘돌묘와 꽁돌’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서면 탁 트인 바다에 형제섬이 나란히 뜬 풍경을 배경으로 기묘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거기 직경이 약 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꽁돌이 편평한 바위에 놓여 있고, 그 앞에 묘처럼 생긴 돌묘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런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하늘나라에 옥황상제가 가지고 놀던 꽁돌이 있어 어느 날 두 왕자가 몰래 그것을 가지고 놀다 땅으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에 옥황상제가 하늘장사를 시켜 꽁돌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나 땅으로 내려온 하늘장사가 꽁돌을 들고 일어서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관매도 해변에서 만난 바위의 기묘한 무늬.

 

지금 꽁돌에 남아 있는 손자국은 바로 그 때 생긴 하늘장사 손자국이라고 한다. 하늘장사가 돌아오지 않자 옥황상제는 다시 두 명의 사자를 보냈으나, 역시 거문고 소리에 취해 일어설 줄 몰랐다. 하여 화가 난 옥황상제는 사자가 앉아 있던 바위에 돌묘를 만들어 사자를 묻어버렸다. 결국 이번에는 두 왕자가 직접 꽁돌을 가지러 땅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왕자는 거문고 소리에 넋을 잃고 말았으며, 화가 난 옥황상제는 둘을 형제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꽁돌에 난 손자국이 시대와 구전을 거듭하면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여행길> 진도 팽목항(061-544-0833)에서 10:20분에 배가 있다. 관매항(542-3492)에서 팽목으로 나오는 배는 11:40. 요금은 9500원. 섬이 작아 승용차는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조도 읍구에서도 하루 두 번 연락선(관호도선 544-5773)이 관매도로 간다. 09:00, 12:00. 관매-읍구: 08:20, 11:40. 요금 3000원. 숙식: 대화민박 061-544-5159, 명성민박 544-3650, 솔밭 민박 544-9807, 송백정 민박 54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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