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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11 한국과 일본 연어 모천에 가다 7
한국과 일본 연어 모천에 가다
해마다 늦가을이 되면 남대천에는 수천리 바닷길을 헤치며 필생의 여정을 거쳐 모천에 도착한 연어떼의 행렬이 이어지곤 한다. 연어의 회귀가 시작되면 바빠지는 건 양양 내수면연구소다. 남대천 하류에 자리한 내수면연구소는 연어연구소나 다름없는데, 연어를 잡아 채란과 수정을 하는 작업도 이 곳에서 맡아 한다. 연어의 생존율과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정과 부화, 치어 방류를 하는 것이다.
해마다 11월쯤이면 1.5퍼센트의 행운을 안고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 온갖 위험과 역경을 이겨낸 눈물겨운 생존자들.
남대천 하류에서 포획될 운명에도 불구하고, 모천을 찾은 연어들은 온갖 위험과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눈물겨운 생존자들이다. 남대천에 도달하기까지 녀석들은 실로 목숨을 건 여정을 거듭해 왔다. 사람이 던져놓은 그물과 폭풍우와 천적의 습격까지 무사히 헤쳐나온 연어만이 모천의 품에 안길 수가 있다. 본래 자연계의 섭리란 가혹한 것이어서 모든 연어들에게 공평하게 번식의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100마리의 치어 가운데 겨우 한두 마리만이 살아남아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회귀율로 따지면 1.5퍼센트 정도. 해마다 남대천에서 방류하는 치어를 1천만 마리 안팎으로 볼 때, 10만여 마리만이 모천인 남대천으로 되돌아온다.
남대천 하류의 연어 채포장에서 내수면 연구소 사람들이 인공 수정을 위해 연어를 포획하고 있다.
연어의 정확한 회귀본능에 대한 유력한 두 가지 학설은 이렇다. 연어가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감지할 수 있는 유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과 후천적으로 모천을 찾아올 수 있는 후각이 발달하여 방류 뒤 30~50일 동안 하천에 머물면서 모천의 냄새를 익혔다가 성어가 된 뒤에도 후각으로 익힌 모천의 냄새를 기억하여 회귀한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 밖에 태양의 위치나 밝기로 방위를 인식한다는 설과 염분 농도의 차이를 인지해 찾아온다는 설, 지구의 자기장을 인식해 방위를 찾는다는 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연어가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후각과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면 연구소에서 인공 채란한 연어알에 수컷 연어의 정액을 뿌려 인공 수정을 시키고 있다.
본래 연어 암컷은 인간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모천 상류에 이르러 온몸으로 산란 구덩이를 파고 약 3000여 개의 앵두빛 알을 낳는다. 그러나 산란의 임무를 무사히 끝낸 연어는 3일 안에 기진맥진하여 상처투성이가 된 채 숭고하고 장엄한 최후를 맞이한다. 순전히 알을 낳고 방정하기 위해 그들은 18,000~20,000킬로미터를 헤엄쳐오는 것이다. 구덩이에 묻힌 연어알은 약 두달 뒤 부화하며, 깨어난 새끼연어는 한달 이상 강에서 지내다가 흐르는 물결을 따라 바다로 내려간다. 남대천을 떠난 연어가 주로 서식하는 곳은 캄차카 반도와 북미 대륙 사이의 북태평양 베링해 지역이다.
인공 수정과 채란이 끝난 연어는 더러 이렇게 말리거나 죽은 몸으로 시중에 팔려나간다.
연어의 모천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온나데쯔 강으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북쪽이 연어의 모천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도 10월 말부터 날씨가 쌀쌀해지면 태평양에 인접한 홋카이도의 강줄기마다 연어가 돌아온다. 북태평양에서 길 떠난 연어가 혼신을 다해 어미 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연어의 모천으로 유명한 시레토코의 이와오베쓰와 온나데쯔 강에는 장엄한 최후를 예감한 연어로 가득하다. 이와오베쓰 강에서는 우리나라의 남대천처럼 연어 채포장이 들어서 있어 하류에서 일찌감치 연어와 송어를 잡아버리지만, 그보다 수심이 얕고 폭이 좁은 온나데쯔에서는 연어와 송어가 올라오는 풍경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
일본으로 회귀하는 연어는 우리나라와 같은 종인 첨연어(연어)로, 여기서는 이것을 '백연어'라고 부른다.
연어가 돌아올 때쯤이면 온나데쯔 강 하구에는 갈매기며 백로며 물수리가 연어가 올라오는 길목을 지키고 앉아 힘에 부쳐 상류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지친 연어를 사냥한다. 수많은 구경꾼들이 다리에 올라서서 그런 자연계의 섭리를 본다. 온나데쯔는 아이누어로 ‘오래된 강’이란 뜻이다. 이 곳으로 올라오는 연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부분 연어와 송어인데, 이 곳에서는 연어를 가리켜 ‘백연어’라고도 부른다. 여기까지 오느라 온몸이 헐고 상처를 입어 몸빛깔이 온통 허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죽은 연어를 뜯어먹기 위해 하류에 진을 친 갈매기떼.
누군가는 이런 연어를 두고 상처뿐인 영광이라 부를 테지만, 아랑곳없이 연어는 강을 거슬러올라 알을 낳고 방정하고 거룩하게 산란탑을 쌓고는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연어는 아이누어로 ‘시뻬’라고 한다. 그냥 ‘음식’이라는 뜻이다. 아이누족에게는 연어가 곧 음식이었던 것이다. 대대로 아이누족은 연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들은 연어를 따로 ‘카무이 체프’라고 해서 ‘신의 음식’이라 불렀고, 맨 처음 잡은 연어는 신에게 바쳤다. 이 의식을 ‘카무이 노미’라 부른다.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은 연어를 '신의 음식'이라 부르며, 과거 맨 처음 잡은 연어를 신에게 바쳤다.
120년 전만 해도 일본인은 바다에서 연어를 잡고, 아이누는 강에서 연어를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허가 없이 연어를 잡다가는 곧 체포되고 만다. 일본에서는 연어가 부가가치 높은 바다의 자원으로 여기지만, 허가 받은 연어잡이배들은 바다의 길목에서 이미 연어를 싹쓸이해버린다. 예부터 홋카이도에 살았던 아이누족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강의 상류로 올라간다고 믿고 있다. 강의 상류에 천국이 있다는 것이다. 어쩐지 그들의 사후 관념은 알을 낳고 최후를 맞기 위해 강의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연어의 삶과 닮아 있는 듯하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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