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시가체의 전원 풍경
번잡한 라싸를 벗어나 시가체에 당도한 뒤부터
비로소 나는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최대한 티베트의 시간을 즐겼다.
자동차보다는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가는 티베트의 시간을.
자전거 수레를 타고 오는 티베트 소년과 뒤따라오는 사람들.
누군가 티베트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나는 소금계곡이 있는 옌징과 시가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라싸보다 훨씬 티베트답고, 붐비지 않으며, 심심하기까지 한
시가체에서 나는 생시같지 않은 혼자만의 2박 3일을 보냈다.
시가체 들판의 평화로워보이는 전원풍경. 하늘을 닮은 사람들.
그러는 동안 두 번이나 타시룬포 사원을 찾았고,
두 번이나 근교의 들판을 헤매었다.
티베탄 전통마을 외곽으로 드넓게 펼쳐진 시가체의 들판은
내가 어린시절에 보았던 우리나라 시골보다 훨씬 시골다웠다.
시가체 들판의 유채밭과 칭커밭 사이로 펼쳐진 농로(위). 그 길을 당나귀를 끌고 가는 농부(아래).
우마차가 다니는 농로가 길게 뻗어 있다.
그 길로 농부는 마차를 끌거나 당나귀를 몰고 온다.
어떤 아낙은 푸성귀가 가득한 망태기를 지고 총총 내 앞을 지나쳐갔다.
시가체 들판의 유채밭과 그 위로 펼쳐진 구름세상.
내가 손을 흔들면 이웃이라도 되는 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시가체의 들판에서는 해질 무렵 유난히 황금색으로 빛나는 산을 하나 만날 수 있는데,
나는 이 산을 ‘황금산’이라 불렀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이 산은 한낮에는 그냥 황토빛이었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반짝이는 황금빛으로 몸을 바꾼다.
시가체의 황금산. 그 앞의 들판에서 감자밭을 매는 부부와 소를 몰러 나온 농부.
황금산으로 이어진 감자밭에서는 함께 나온 부부가 김매기를 하고 있다.
황금산에 부딪치는 저녁 햇살은 눈부셨고,
유채밭 너머로 펼쳐진 하늘의 구름바다는 장쾌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없었다.
갑자기 검은 먹구름이 뒤덮인 시가체 들판 너머의 하늘.
그러나 그들의 평화는 지금 중국의 억압과 감시 속에서 얻는 제한적인 것이었다.
감자를 캐는 저들의 쇠스랑은 언제고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
억압된 평화.
제한된 행복.
타시룬포 사원에서 바라본 시가체 전경.
저렇게 땅을 닮고, 하늘을 닮은 사람들의 등 뒤로 펼쳐진 거룩한
신들의 언덕.
그 언덕에 머무는 구름 몇 점들.
나는 천천히 티베트의 시간을 걸어 그들의 풍경 속으로 저물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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