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춥다 3남매 고양이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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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춥다 3남매 고양이의 겨울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한 영역에 평생을 머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새끼를 낳은 어미는 대체로 가장 약한 새끼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지난 늦봄과 초여름 사이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를 낳았던
여울이는 두어 달 전 3남매만을 이곳에 두고 영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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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인 천막집 지붕에 올라가 있는 노을이와 여울이네 3남매. 

그러나 영역을 떠나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 바가 아니니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거니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약 일주일 전 나는 여울이와 아기고양이 6남매에게 그동안 급식을 해온
캣맘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영역을 옮긴 줄로만 알았던 여울이가
사실은 쥐약 때문에 죽은 것이라는 얘기였다.
세 마리의 새끼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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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언제나 함께 무리를 이루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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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여울이네 고양이들이 텃밭을 파헤친다고 쥐약을 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바로 그 아주머니가
결국엔 쥐약을 놓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제 이곳에는 개울냥이 중 유일하게 노을이만 남았고,
여울이네 새끼들 중에는 6남매 중 3남매만이 남았다.
삼색이 한 마리에 고등어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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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노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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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다.
6남매 아기고양이를 위해 꽁치를 물어나르던 여울이.
임신을 하고도 아랫배 동생들과 주변의 고양이들에게 늘 구박을 받아왔던 여울이.
그래도 꿋꿋하게 새끼를 낳아서 건강하게 키워냈던 여울이.
늘 밝은 표정으로 묘생을 살던 여울이.
오래 전 봉달이가 살아 있을 때 자주 봉달이와 어울렸던 성격 좋은 고양이.
이제 여울이는 없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울아! 고양이별에서 지금쯤 너는 엄마인 까뮈도 만나고 친하게 지내던 봉달이도 만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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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위). 무럭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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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나은 고양이의 현실을 위해 캣대디도 하고, 고양이책도 내고,
블로그에 길고양이 보고서도 올리고 있지만,
이럴 때마다 참 절망스럽다.
사람들은 길고양이의 현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런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어쨌든 살아남은 고양이는 살아남은 고양이의 슬픔으로 떠난 고양이의 묘생까지 짊어지고
이 험한 세상을 건너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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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이(위). 무심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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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춥다 이번 겨울은 녀석들에게 엄마가 없는 데다
첫 번째 겨울이라서.
씩씩하게 명랑하게 무던하게 무심하게 무럭무럭 잘 살길 바라는 뜻에서
나는 살아남은 3남매에게 각각 무럭이, 무던이, 무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무럭이는 꽤 살가운 고양이로 얼굴에 흰털무늬가 좀더 많은 고등어이고,
무던이는 무럭이보다 입가에 짜장이 좀더 묻은 고등어이다.
등짝이 절반무늬가 있는 삼색이는 무심이다.
다행히 이들 3남매 곁에는 아직 노을이가 남아서 보디가드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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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풍경을 바라보는 무럭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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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이 녀석 어미를 닮아서 발랄하고 발라당도 잘한다. 아윌비백 발라당(위). 만세 발라당(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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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는 녀석들과 친족관계는 아니지만,
여울이의 단짝으로 이제껏 함께 살아온 고양이다.
어미가 떠나고 난 뒤, 3남매는 부쩍 노을이에게 의지하는 바가 크다.
눈이 내린 들판으로 나설 때에도
근처에 있는 가만이네 영역으로 나들이를 갈 때도
녀석들은 언제나 노을이와 함께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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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이 너머로 보이는 골목(위). 천막집 위에서의 그루밍(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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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무 3남매는 생각보다 의연하고, 생각보다 씩씩하다.
개구쟁이였던 여울이의 성격을 이어받아
이 녀석들 또한 장난꾸러기에 호기심이 충만하다.
노을이는 녀석들의 보디가드로써 여간 든든한 게 아니다.
자신의 영역을 침입하는 고양이들에게도 엄격한 편이다.
이웃 영역의 승냥이나 가만이(약 달포 전 돌담집에서 정비소 근처로 영역을 옮겼다)의
영역 출입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승냥이의 새끼들이나 가만이의 새끼인 카오스, 여울이의 아랫배 동생인 당돌이와 순둥이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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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에 앉아 있는 노을이와 무럭이, 무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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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 3남매는 이제껏 살아온 길가의 천막집보다
주황대문집 헛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다.
그곳이 해가 더 잘 드는데다 바닥에 이부자리까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녀석들을 보살펴온 개울집 캣맘은
여울이 사고로 상심이 크고, 이웃 아주머니의 계속되는 ‘쥐약’ 협박으로 고충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급식만큼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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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와 함께 외출에 나선 3남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시골 사람들은 고양이를 잡기 위해 쥐약을 놓는다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자기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면
새가 됐든 고양이가 됐든 죽여도 상관없고, 도리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고양이의 목숨 따위 쌀 한 톨보다도 못하다.
먹고 살게 없어서 굶어죽는 세상도 아닌데,
여전히 그들의 인정은 참 고약하기만 하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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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스티나 2010.12.14 20:26 address edit & del reply

    안 그래도 오늘 내일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인데.... 정말.. ㅠㅠ 죽지 않고 무사하기만을 바래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파요...

  3. 미리내 2010.12.14 20:28 address edit & del reply

    하이고 참....그약을 놓은 ㅇ ㅍ ㄴ 얼굴 함 보고싶네요 쌀 한톨보다 못한 냥이들의 목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정말 절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다시 힘을 냅니다

  4. 나비나비 2010.12.14 20:4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정말 짜증나네요. ㅠㅠ 쥐약이라니,,,,

  5. 인과응보 2010.12.15 02:48 address edit & del reply

    여울아...............여울아...................
    고양이 넷이 약 먹고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자꾸 그려지네요
    아 정말정말 미치겠네요

    그 못되고 악마같은 아줌마도
    생명을 우습게 보는 어떤 같은 부류의 인간에게 똑같은 일을
    당하기를 빌어봅니다.

    여울아..............................................................
    그리고 아가들아...........
    아무 것도 못해줘서 정말 미안하다......

  6. 다녀가는데 2010.12.15 08:54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아줌마도 어떻게 좀 동물학대 그런 걸로 처벌할 수 없을까요? 동물보호협회- 같은데 이야기 올리거나...
    ㅜㅡㅜ 나중에 크게 벌 받을 거에요, 그 아줌마는..

  7. 손화숙 2010.12.15 09:00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참담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일수가 있는지....
    울나라가 아직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긴 하지만...이런 얘기를 종종 들을때마다..
    할말을 잃게 됩니다....
    에휴..... 한숨만 나오네요....

  8. BlogIcon 미남사랑 2010.12.15 09:19 address edit & del reply

    시골이 예전의 그 시골이 아닙니다.
    인정이나 동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아줌마...제발 쥐에게 당하시고 쥐로 태어나시길.
    살아남은 여울이 새끼들과 다른 아이들이 너무 추워지는 이겨울 잘 견뎌내길 바랍니다.
    시골에서 캣맘하시는 분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감사합니다.

  9. 내친구는 고양이 2010.12.15 14:23 address edit & del reply

    이웃집 아주머니는 한마디로 지옥갈년.

  10. 바다 2010.12.15 21:53 address edit & del reply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여울이와 새끼고양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봉달이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고양이별로 가버린 모든냥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멈추고 그들을 그 생명들을 존중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구별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1. labluu 2010.12.16 09:37 address edit & del reply

    아....여울이가 그렇게 갔군요
    전 처음에 외모를 보고 그닥 호감을 느끼지 못했는데(미안해 여울아..) 지난 무더운 여름 열심히 꽁치를 나르는 모습에서 너무 감명을 받았고
    그 뒤로 제일 이쁘고 모성애 강한 고양이로 등극했었는데 결국은 쥐약을 먹고 새끼들이랑 묘생을 마감했군요
    너무 슬픕니다...남은 새끼를 생각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노을이가 대견하네요
    여울이를 돌보던 캣맘님도 가슴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고양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시골사람이라 정이 많고 도시사람이라 각박할거라는 것은 또한 제 편견이였던것 같아요
    달리님이 느끼는 먹먹하고 답답한 심정 알것 같아요
    저도 밤마다 아이들 먹이를 몰래 주는것을 3년째 해오고 있지만 여태까지
    이웃들이 해꼬지를 해온적은 한번도 없고 어떤 겨울밤에는 과메기를 주는 아주머니, 골목 구석에 사료를 놓아둔 그릇
    그리고 꾸준히 길냥이들 밥을 주는 세탁소 아주머니와 편의점 알바 아저씨도 알고 있거든요

    가끔도시생활이 피곤해서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심까지 기대하는건 너무 많은 것일까요

    아무튼 여울이 너무 아쉽고 미안하고 보고싶네요

  12. 유지영 2010.12.16 11:47 address edit & del reply

    하찮은 생명으로도 취급해주지 않는 길냥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듯합니다
    그네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냥이 한녀석 한녀석이 내친구가 되고 내 이웃이 되네요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13. 미소 2010.12.16 16:58 address edit & del reply

    여울아ㅠ.ㅠ

  14. 안녕여울아 ㅠㅠ 2010.12.16 20:53 address edit & del reply

    가슴이 넘 아프다.
    축복받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렴

  15. 올리버엄마 2010.12.16 23:36 address edit & del reply

    시골사람들이 더 잔인하고 생명귀한줄 모르는것 같아요..농사짓고 생명을 가꾸는 일을 하니,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줄 알았는데, 많은 잔인한 일들이 사실 시골에서 일어나잖아요. 보신탕도 그렇고..정말 속상합니다. 이런건 계몽이 안되는지..

  16. BlogIcon tibomom 2010.12.17 01:40 address edit & del reply

    외국(카자흐스탄) 우리보다 수치상으로는 모든것이 아래이지만 길고양이나 강아지들에게는 훨씬 너그러운데....
    먹이를 주어도 한 밤에 왕왕 영역 싸움을 하느라 짖어도 절대 나무라지도, 해꼬지 하지도 않는데,,,,
    좁은 땅에서 사는 우리 민족만 유독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별나라로 뗘난 여울이네를 기억합니다....

  17. 별아 2010.12.17 10:03 address edit & del reply

    나중 올라온 포스팅 먼저 보고 하하하 웃었는데...
    댓글 중에 여울이 얘기 나와서 가슴 철렁 클릭했더니, 또 이런 일이...
    쥐약 사는 돈 대신 먹이 한 줌 내놔주면 될텐데... 그렇게 상생하면 되는건데...
    큰 개에게 쫒기면서도 새끼에게 먹일 자부심에 꽁치 입에 가득 물고 개울 건너 그렇게 당당히 돌아오던 여울이가 또 그렇게 고양이 별로 돌아갔단 말이죠? 까뮈처럼요. 그 모습 얼마나 위대했는데...
    또 하루종일 눈물 콧물 빠뜨리며 여울이 포스팅 찾아 보며 꺽꺽 울겠네요.
    말 못하는 그 여린 것들을... 여울아... 그래도 세 아가들이 남았으니 괜찮지? 고양이 별에서 고이 잠들렴...

  18. 야옹야옹 2010.12.17 16:21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눈물 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얼마전에 이사를 해서 예전에 밥을 주던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어제 너무 추웠는데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9. 냥이족 2010.12.17 17:33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아줌마 진짜 인정머리 한 번 사납군요.
    도대체 냥이들이 밭을 파해치면 얼마나 파해친다고...
    사람도 지구환경을 파괴하니 어느날 인간보다 훨씬 강하고 우월하다 자처하는 존재들이 나타나 지구에 해가 된다면 인류학살을 자행하면 뭐라 할지 참 궁금합니다, 그 아줌마.
    그나마 노을이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쩝...

  20. 장홍석 2010.12.21 14:41 address edit & del reply

    길고양이 평균 삶. 2~3년. 쥐약 먹고 아팠을 텐데.

  21. 나나 2011.02.10 14:39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 둘을 기르고있고 그전엔 길냥이들을 돌보았던 경험자로써 길냥이의 현실은 안타깝기만합니다 쥐약 고의로 개인이 놓는건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점 엄중히 경고해주셔야할듯합니다 동물보호법위반이에요 가엾은 몇생명이 이기적인 인간의이기심으로 쉽게 목숨을 잃은것이 너무 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