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서 김치 먹는 고양이
저렇게 눈이 내렸는데,
역전고양이 한 마리 눈밭을 걸어
밭으로 간다.
밭 한가운데에는 김장을 담그고 솎아낸 배추 시래기며
묵은 김장김치며 귤껍질 등이 잔뜩 쌓여 있다.
고양이는 눈밭을 걸어
그 쓰레기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크응 킁 무슨 냄새를 맡더니
쓰레기더미를 파헤쳤다.
녀석이 건져올린 것은 고춧가루가 묻은 묵은김치 한 조각이었다.
이미 여러 번 여기 와서 먹어보았다는 듯
녀석은 능숙하게 그것을 물고 아작아작 씹어먹는다.
겉이 얼어 사각사각하지만 녀석은 개의치 않는다.
1분도 안돼 김치 한 조각을 해치우더니
또다시 녀석은 더미를 파헤쳤다.
이번에도 김치조각을 찾아냈다.
또다시 우걱우걱.
보아하니 녀석은 김치조각은 물론 버려진 배추 시래기 중에
연한 고갱이 부분을 잘도 씹어먹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어쩔 수 없이 나의 사료배달은
이틀에 한번으로 바뀌었다.
대신에 이틀치를 한꺼번에 부어주곤 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이틀에 한번의 급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모양이었다.
녀석이 저렇게 맵짠 김치조각까지 씹어먹는 것을 보면.
나는 쓰레기더미에서 녀석을 불러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사료를 부어주었다.
공연히 내가 미안해졌다.
다들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는 공감하겠지만,
이틀에 한번 사료 셔틀을 하는 것도 사실은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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