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난을 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아기고양이는 하루의 3분의 2를 잠으로 보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빈둥거리거나 장난으로 소일한다.
전원주택 아기고양이는 오늘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야 입 꽉 다물어! 옥수수 튀어나올라!"
언젠가 나는 수첩에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아기고양이는 꼭 장난을 치기 위해 이 세상에 온것 같아요.”
이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그래 맞아, 한다.
녀석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물어뜯으려 한다.
올라갈 수만 있으면 어디든 올라가려 한다.
꼬리잡기, 숨어서 다리걸기.
눈 속에는 언제나 호기심이 그렁그렁하다.
자기 앞으로 큰고양이라도 지나가면 그냥 안놔둔다.
기어이 꼬리라도 잡아당겨야 직성이 풀린다.
다리 걸고 올라타고 물어뜯고.
그러나 역시 아기고양이들은 즈이들끼리 노는 게 가장 재미있다.
"우리 노는 거 처음 봐요. 촌스럽기는..."
나 잡아봐라~ 는 기본이요,
잡히면 죽는다~ 는 옵션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놀이.
술래잡기 꼬리잡기 뜬구름잡기.
심지어 녀석들은 제 꼬리를 잡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한다.
제 꼬리 잡아다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
"일단 물어뜯고 보는 거얌. 생각은 나중에 하지. 아니 생각 따윈 귀찮아서 안하지."
한번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가만 있는 고양이는 공격의 대상이 될 뿐이다.
공격받은 고양이는 반격하고,
도망치고 쫓아가고 한바탕 몸싸움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쿨하게 돌아서는가 하면
또다시 멱살잡이다.
"자 오늘도 한번 질펀하게 놀아보자고..."
아기고양이 때문에 테라스에 놓아둔 스티로폼은 성할 날이 없다.
박스는 어딘가 한 군데씩 뜯겨져 있다.
나무는 긁혀 있고,
화분의 화초는 잎들이 너덜너덜하다.
그런데도 이 녀석들 혼을 낼 수가 없다.
혼을 내면 일제히 쪼르르 도망쳤다가는 혼낸 사람이 사라지면
다시 와와와 하면서 또 같은 장난을 친다.
"근데 저 큰고냥이들은 왜 이케 조용해?"
갑자기 조용해져 주변을 살펴보면
이 녀석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새근새근 천사처럼 잠들어 있다.
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모두 잠들어 있을 때조차 아기고양이는 깨어서 장난 삼매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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