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에서 우린 두려울 게 없었다
전원주택에서 태어난 완전 귀여운 아기고양이
6남매에겐 엄마가 든든한 ‘빽’이다.
보호자이고 가이드이며 비빌 언덕이고
포근한 안식처이다.
"와아 엄마다...엄마가 여기서 킹왕짱이지 그치?"
다들 한 미모씩 하는 소냥시대이지만,
6남매 아기고양이는 아직 어리고
저 넓은 세상은커녕 전원고양이들이 활개치는 잔디마당에 나서는 것도
아직은 무리다.
한번 잔디마당에 나서려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엄마 여기 꼼딱말고 있떠...우리 쫌만 놀다가 오께..."
그곳에 딱히 위험 요소가 있거나 두려운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녀석들은 테라스 둥지에서 잔디마당에 내려설 때마다
망설이고 주춤거리고 결국은 돌아서고 만다.
그러나 엄마냥이가 있을 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녀석들 엄마가 둥지 쪽으로 다가오면
우르르 달려들어 용기백배 으냥냥거린다.
"앗 근데 저 사진 찍는 큰고양이는 뭐냥? 못보던 고냥인데..."
목을 잡고 늘어지거나 꼬리장난을 치고
졸졸졸 따라다닌다.
그리고 두려워서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던
잔디마당 나들이도 서슴없이 나선다.
엄마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안도감과 믿을 구석이 있다는 자신감이
녀석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저기요... 무슨 고냥이삼? 영역은 어디삼?"
6남매 중 용감한 몇몇 녀석들은 둥지 앞에 선 어미를 뒤로하고
잔디밭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둥지 앞에는 따로 녀석들에게 놓아둔 먹이그릇이 있지만,
녀석들은 마당 한가운데 놓여진 큰고양이 먹이그릇을 기웃거려도 보고
둥지 앞의 물그릇을 마다하고
수돗가까지 진출해 물도 마신다.
"엄마 딴데 보지 말고...날 봐!"
다른 고양이가 접근하면 꼬리와 털을 바짝 곧추세우고
위협도 가한다.
녀석들의 모습만 보면
“울 엄마가 다 이겨. 울 엄마가 킹왕짱!” 뭐 그런 태도다.
심지어 할머니 고양이와 삼촌, 이모냥이들에게 다가가
말타기 장난도 친다.
기습적으로 다리도 물고 꼬리도 문다.
"얘들아 기어이 이 좁은 곳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거니?"
장독대에서 화단까지 우다다를 하는가 하면
처녀개 반야 앞에서 무모한 시비도 건다.
하지만 둥지 앞에 서 있던 엄마가 잠시 눈앞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면
녀석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난듯
부랴부랴 둥지로 돌아오곤 한다.
"엄마 흰머리 뽑아주까? 하나에 100원이다.."
엄마가 있을 때면 녀석들은 두려울 게 없지만,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녀석들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직까지는 녀석들에게 엄마만이 유일한 구세주이다.
잔디마당 구석에 앉아 이 녀석들을 구경하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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