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길, 그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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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 길에서

 

누구에게나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길이 외로울 수도 허무할 수도 있다.
어떤 시인의 <뼈아픈 후회>처럼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라고 탄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그런 후회가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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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로 10년을 넘게 떠돌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했다.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서
나는 여행 가지 않는 여행가가 되었다.
내 수첩엔 여행 대신 이제 고양이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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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나 알타이에 대한 기억은
방랑고양이의 발자국과 함께 희미해졌다.
길 위의 고양이들.
고양이길 혹은 길고양이.
어느 날 그 길에서 나는 전혀 다른 여행을 만났다.
길고양이의 연대기와도 같은 묘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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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빛은 늘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제발 우리를 해치지 말아요!”
그들의 갈구를, 그들의 슬픔을, 그들의 절망을
그러나 때때로 그들의 맑음과 갸륵함을
나는 돌아앉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첫 번째 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사실 그들에게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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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것의 기록인 <길고양이 보고서>에만 어느덧 750만 안팎의
기록적인 방문자가 다녀갔다.
사실 <길고양이 보고서>를 통해 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길고양이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솔직히 그것을 통해 길거리 고양이들에게 나눠줄 사료값이라도 마련해보잔 생각도 없진 않았다.
물론 최근에는 다음뷰의 외면으로 베스트에 오르는 기사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꾸준한 단골 독자의 응원이 지탱의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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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블로그 문을 닫을지, 아니면 이사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는 계속해서 충실한 길고양이의 대변자가 되려고 한다.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나는 여기까지 왔다.
첫 번째 고양이책을 내고 이제 두 번째 고양이책 출간(12월 중순 이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1월)와 어린이 길고양이책(내년 상반기)도 준비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책이나 블로그에 옮기지 못한 말못할 사연도 많았다.
예기치 않은 길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고양이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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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되는양 그 하찮은 일을 하느냐고 핀잔도 주었다.
강바닥을 파헤쳐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삽질 따위가 거창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하찮은 게 좋다.
그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 존중받는 세상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호전적이고 파괴적이고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부류의 사람들이 세상에 가하는 폭력보다는
오로지 살기 위해 분투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더 갸륵해 보인다.
고양이에게는 고양이의 길이 있다.
그 길은 아름답지도 예쁘지도 않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그 길은 인간의 길보다 숭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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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영역을 옮긴 뒤 지난 2년 가까이
나와 인연을 맺은 고양이도 어느덧 50여 마리에 이른다.
그 중에 몇몇은 고양이별로 영역을 옮겼고, 몇몇은 행방불명되었다.
까뮈, 바람이, 봉달이... 그리고 여리, 여울이.
가만히 나는 녀석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차라리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훨씬 속 편한 여행가로 살았으리라.
그러나 알고는 차마 이곳을 못떠나겠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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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kraze.tistory.com BlogIcon 모르겐 2010.12.08 00: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고양이의 길이네요.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는 걸 보니 식량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된 상태로 보이네요.
    날씨가 추워지는데 아이들이 올 겨울도 잘 버틸지 걱정스럽습니다.

  3. 꼬마엄마 2010.12.08 02:29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서 저도 이 곳을 못떠납니다....
    바람이 때문에 울고 봉달이 때문에 울고... 오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이 곳에 와서 느꼈던 과거의 기억들이 함께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못떠난다니까요. 사자가 득실대는 초원은 아니지만 인간이 바글대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고양이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눈치밥'만 먹고 사는 존재같아서 늘 애닮픔 그 자체로 보입니다.
    봉달아, 바람아! 보고 싶다! 이름만 적어도 눈물이 나는 그리운 이름이구나...

  4. Jane 2010.12.08 03:45 address edit & del reply

    dal-lee님의 블로그는 제가 언제나 챙겨보는 블로그인데 이때까지 추천만하고 가다가 이제서야 정식으로 인사댓글 답니다. 전 dal-lee님의 글을 통해 위에 빛무리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생명의소중함과 세상과의 소통을 알아가고 있는 일인입니다. 전 무엇보다도 dal-lee님의 길고양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실려는 태도에 감복했습니다. 그리고 저같이 감동된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힘내시구 dal-lee님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마세요. 여기가 해외이지만, 님의 책 꼭 사겠습니다. 화이팅!

  5. 지나가다 2010.12.08 05:07 address edit & del reply

    이 곳을 통해서 고양이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무서워 하기만 했었거든요.
    이제는 고양이 정말 정말 좋아하고, 꾸준히 길고양이 밥도 챙겨줍니다.
    이 블로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런 행복을 경험 할 수 없었겠지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

  6. 2010.12.08 07:3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를 팔로잉 해주셔서 달리님 트위터에 갔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네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던 블로그의 주인이신줄, 제 마음속에 소중히 담아두고 있는 책을 낳아주신 분이셨네요.
    눈이 오는 이른 아침 잔잔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갑니다.
    늘 감사해하고 있어요. 좋은 글 좋은 사진... 분명 달리님 덕분에 조금더 따뜻해지고 있을거에요.

  7. 손화숙 2010.12.08 08:24 address edit & del reply

    길고양이에 대한 수많은 편견을 구름님께서 많이 바꿔주고 계십니다.
    힘내십시요.. 책과 영화 또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반려동물들이 행복해 지는 그날까지.... 기원하고 또 기원하겠습니다.

  8. 식후30분 2010.12.08 09:23 address edit & del reply

    다시 한번 욱해서 들어왔습니다
    다음......반성하시오
    버스떠남 다음 손 흔들어봐야
    먼지밖에 더 날리리?

  9. ㅇㅅㅇ 2010.12.08 09:30 address edit & del reply

    날아라 고양이를 찍기 위해 3시간이나 칼바람을 맞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 사진 한장 한장은 달리님의 피와 땀과 노력이고, 고양이들과의 끈끈한 정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너무 편하게 보고 있어 죄송스럽습니다.

  10. 야릇냥 2010.12.08 09:32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우리가 애태웠던 시간들, 우리가 건넨 마음들, 그냥 한줌의 사료가 아니라
    이 별에서 만난 생명과 생명 사이의 기꺼운 손짓들을...

  11. 묭이어멈 2010.12.08 10:13 address edit & del reply

    길냥아기를 만나서 같이 살게 되고 고달픈 캣맘 생활을 시작한지 일년 반...
    그 시간동안 죄인처럼 마음 졸이며 살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무 늦게
    캣맘이 된게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저도 해외여행 다니는게 직장 생활하면서 유일한 낙이었는데
    7년간의 해외여행 릴레이를 올해는 멈췄습니다. 길냥이들 밥 걱정되서 하루도 집을 못비우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할만큼 내 삶의 즐거움이 되어 버린 냥이들과의 삶
    앞으로도 쭈욱 이어갈 겁니다. 우리 모두 우리 나라 길냥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힘냅시다~~

  12. 냥이족 2010.12.08 12:30 address edit & del reply

    달리님이 오늘 쓰신 글에서 전해지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냥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작고 약하지만, 춥고 어두운 마음을 밝혀지는 빛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냥이가 우리 인간에게 더욱 소중한지도 모르겠네요.
    언제나 많은 분들이 성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

  13. 2010.12.08 12:4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4. 둥이집사 2010.12.08 12:5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이지 고양이와 같이 살게된 뒤로, 그리고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배달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제 다시는 고양이를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것 같네요.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달리님 글을 읽으면 언제나 가슴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15. 별아 2010.12.08 20:45 address edit & del reply

    토닥!토닥! 힘내셔요 달리님!!

  16. 알럽냥냥 2010.12.09 00:07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아요..ㅠㅜ
    항상 감사하구요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17. 유스티나 2010.12.09 02:52 address edit & del reply

    언제나 응원합니다. 인터넷을 켜면 항상 들르는 곳이에요. 화이팅!

  18. ㅌㄷㅌㄷ 2010.12.10 00:38 address edit & del reply

    달리님 블로그 덕분에 길냥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댓글은 처음 달아보네요^^;
    저말고도 달리님 덕분에 길냥이들에게 관심 가지게 되신분들 많으 실것 같아요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19. 쏘피 2010.12.10 11:24 address edit & del reply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 목이 메입니다.

  20. 내사랑길냥이 2010.12.18 04:42 address edit & del reply

    책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보고 많이 울었어요
    원래 슬픈영화봐도 훌쩍대는 감성적인 성격도 아닌데...
    마지막 문구가 가슴에 와닿네요

  21. 한발자국 2011.02.07 01:03 address edit & del reply

    달리님께 항상 고마워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글과 사진, 항상 감사 해하고 있습니다. 잊지않을 것입니다.